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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라식하러왔는데 웬 유전자 검사?

작성자 : 오태훈원장 작성일 : 2014.11.25

 
아벨리노 각막 이상증 환자의 각막으로 흰반점들이 여러 개 있다. (빨간화살표)
 
이탈리아 남부 캄파니아(Campania) 지역은 배낭여행을 가게 되거나 와인투어를 가게 되면 지나칠 수 없는 곳입니다. 세계 3대 미항인 나폴리가 있고, 로마시대부터 이탈리아에서 가장 이상적이고 최적의 와인을 만드는 지역으로 유명했기 때문입니다. 이 캄파니아주의 대표적인 와인 생산지역이 바로 아벨리노(Avellino)인데, 안과의사 사이에선 와인보다는 아벨리노 각막 이상증이란 특이 질병으로 유명합니다. 아벨리노 각막 이상증은 유전자 이상으로 각막에 흰 반점이 생기면서 실명을 일으키는 병입니다. 처음 보고된 4명의 가족 환자 모두 이탈리아 아벨리노 출신이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각막 이상증은 대략 20가지 이상으로 그 종류가 많은데, 유독 아벨리노 각막 이상증이 문제가 되는 것은 왜일까요? 만약, 라식, 라섹 수술 같은 시력교정술이 없었더라면 다른 각막 이상증처럼 안과 전문의나 알고 있는 희귀한 질병으로 잊혀졌을 것입니다. 하지만 2002년에 국내에서 아벨리노 각막 이상증 환자가 라식 수술을 받고 오히려 각막혼탁이 심해져 시력이 악화되었다고 보고된 후, 해외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보고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아벨리노 각막 이상증은 투명해야 할 각막에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침착되어 발생합니다. 현재 학계에선 1320명당 1명꼴로 나타난다고 보고있습니다. 상염색체 우성 유전질환이기 때문에 동형 접합자와 이형 접합자로 구분이 됩니다. 동형 접합자는 부모에게서 아벨리노 유전자를 모두 물려받은 경우를 말합니다. 이 경우 어릴 적부터 아벨리노 각막 이상증이 발병되어 성인이 되기 전에 실명이 될 수 있습니다. 증상이 빨리 나타나기 때문에 젊은 나이에 전층 각막이식술이나 심층 층판 각막이식술 등의 수술을 통해 치료합니다.
 
라식, 라섹 수술 후 문제가 되는 아벨리노 각막 이상증 환자는 부모로부터 이상 유전자를 하나만 물려받은 이형 접합 환자입니다. 진행이 아주 느리기 때문에 20-30대 성인이 되어서도 증상 없이 지나갈 수 있고, 60대가 되어 시력저하, 눈부심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들이 라식, 라섹 수술을 받게 되면, 레이저 탓에 외상이 생기고,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단백질의 침착이 빨라지게 됩니다. 수술 직후에는 시력이 좋아지지만 차츰 각막혼탁이 진행되어 시력이 떨어지게 되고, 결국 각막이식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아벨리노 각막 이상증의 진단은 세극등 현미경검사만으로도 진단을 내릴 수 있고, 콘택트렌즈의 착용유무나 개인차, 환경요인 등으로 인하여 발현되는 정도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숙련된 안과의사의 진료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형 접합자의 경우에는 20대에도 각막소견이 정상으로 보일 수 있어 확진을 위해 유전자 검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모발이나 구강점막세포만으로도 간단한 검사가 가능하고 그 결과도 1주일 이내에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라식, 라섹 수술을 하는 안과에서도 아벨리노 각막 이상증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유전자 검사를 꼭 권유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라식, 라섹 수술 전에 유전자 검사를 필수적으로 하는 것이 조금 지나치지 않나 생각되기도 하지만, 가족 중에 각막 이상증 환자가 있거나, 너무 이른 나이에 라식, 라섹 수술을 하게되는 경우, 안과 전문의가 기타 다른 이유로 유전자 검사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등에는 수술 전 본인의 안전을 위해서도 유전자 검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